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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Feb 19. 2018

하나 둘

오늘 날씨 흐림

나는 당신을 사랑함에 기대어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명백히 둘인 우리가 하나라고 생각되어지는 경험에 따라
명백히 하나인 나도 실은 둘로
또 둘로 그리고 또 무수한 둘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둘이 하나라는 것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간증과
서로가 먹을 수 없는 동등한 덩어리라는 것에 대한 확인이 악수한다
불안함은 없다
중력은 사소한 돌멩이부터 우리의 그 가벼운 꿈조차 다 잡아매고 있지 않는가
모두가 하루에 지고 말지만
돌멩이는 꿈이 아니고
꿈도 돌멩이는 아니다
하나라는 아름다움 말을 뱉기 위해서
꿈을 잊을 필요도 돌멩이를 우주로 던져야 할 이유도 없다
담겨서 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라는 예쁜 이름을 찾았고
그 이름은 넉넉하여
매일 터지는 꽃들로 봄을 만들고
몰아치는 아픔들로 여름을 만들고
사라지지 못하는 것들로 가을을 만들고
침묵으로 겨울을 만들며
멀찍이 물러서 있다
아침은 얼마나 또 어김없이 요란할 텐가
그러나 그 이름은 매일을 겁없이 주사위를 새로 던진다
터지고 또 터지고 또 터지고 하여도
둘은 하나가 되고
둘은 하나가 되고
둘은 또 하나가 되어
우리는 이렇게도 먼 길을 걸어왔다
걷는다는 것은
한 걸음을 더 합친다는 것
만나고 닥쳐서 겪어내었다는 것
걸음이라는 지독히 길고 깊은 의미 아래
또 무언가를 뭉쳐내고 말았다는 것
시간이라는 것도
삶이라는 것도
사실 그러했다는 것

W 레오
P Linda Xu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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