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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Mar 22. 2018

나는 도둑의 아들

오늘 날씨 봄 눈

나는 도둑의 아들
그는 질문도 없이
열매를 따 먹었으며
동의도 없이 닭 모가지를 비틀었네
보기 좋다 하여 멋대로 집을 지었고
땅을 골라 풀을 뽑아내고 주워온 씨를 뿌렸으며
대를 이어 그것을 지키라 하였으니
나는 도둑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
다만 아버지의 죄에서 죄가 아닌 것을 덜어드리자면
그가 베어온 나무는 죄이나
그것을 반듯하게 자른 것은 죄가 아니고
이곳에 창을 낸 것이나
추위가 심해 궁리 끝내 창을 이중으로 댄 것이나
땅을 고르고 씨를 고르고
그러한 그러한 것들은 죄가 아니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죄가 아닌 것만 물려주고 싶다면
과연 말 이외에 그가 물려줄 것이 있겠는가
햇빛이 공연히 와 비치는 것은 죄가 아니나
그것으로 당을 만들었다면
나무들아 너희들도 다 도둑이다
기소가 없어 유예된 범죄들
산적들이 몇 냥씩 나눠가지고
목걸이는 네가 갖고
반지는 내가 갖고
내가 힘이 더 세서 그러거나
기분으로 고르게 갈랐거나
그들이 그렇게 정하였던들
그것들은 다만 편의에 지나지 않지 않는가
나는 다만 그런 것들이 우습다

W 레오
P jaymantri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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