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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pr 26. 2018

나는 오늘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오늘 날씨 맑음

나는 오늘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사당역 

가본 사람은 알겠지 

2호선에서 4호선으로 

또 4호선에서 2호선으로  

나는 오늘 그 누구도 삶 아니 걸음 하나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다 

사당역 

못 가본 사람이라도 

2호선에서 4호선으로 

또 4호선에서 2호선으로 

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도 걸음 하나 방해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제대로 된 글 하나를 쓰지 못한다 

매끄러운 걸음으로 들어온 방에서 

비처럼 가는 커서 하나를 밀지 못한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봄도 무엇도  

이름도 채 불러주지 못 하였는데 

숨기는 걸음은 바삐 걷고 

무서워 휘휘 매끄러이 피해 걷고 

방으로 숙여 들어와 무엇을 기다리나 

우리는 오늘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아슬한 두 선로 위 전동차 안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고개를 꺾어 잠도 잘 잔다 

두 선로는 결코 만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기에 

만나지 않아서 그 위의 그 무엇도 전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으면 잘 됐다 한다 

내가 하는 말은 아닌데 

나도 잘됐다 말을 한다 

글을 구하러 노량진에 갔었다 

운동조차 따라만 오라는 그곳에서 

방조차 최단거리로 잡는 그곳에서 

서서 밥을 먹는 그곳에서 

길 잃은 사람은 없고 

다만 조금 기다릴 뿐이라서 

서서 밥을 먹으면서도 시선을 헤매지 않는 그곳에서 

길 잃은 사람은 나 혼자라 쓰고는 

나는 거짓말처럼 매끄러운 걸음으로 집으로 숙여들어 왔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몸집조차 없는가 

저기요 

말을 하라고 

저기요 라고 일단 불러보라고 

말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쳤다 

일단 저기요 뱉어 보라고 

눈을 보고 기다리라고 스며올라오는 마음을 잡아던지라고 

부딪혀야지  

저기요 하고 부딪혀야지 

아프지 않는 어깨를 문질러도 

말 하나 나오지가 않는다 

문지르는 시간은 이미 밤이라 

나는 텅빈 공책으로 방학의 끝으로 또 다가간다 

김경태 

김남규 

김도훈 

김민석 

김래군 

김보경 

김씨는 언제나 10번을 넘어가지 않는데 

저기요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집으로 가세요 

네 


 W 레오 

Abele Gigante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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