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나는 오늘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사당역
가본 사람은 알겠지
2호선에서 4호선으로
또 4호선에서 2호선으로
나는 오늘 그 누구도 삶 아니 걸음 하나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다
사당역
못 가본 사람이라도
2호선에서 4호선으로
또 4호선에서 2호선으로
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도 걸음 하나 방해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제대로 된 글 하나를 쓰지 못한다
매끄러운 걸음으로 들어온 방에서
비처럼 가는 커서 하나를 밀지 못한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봄도 무엇도
이름도 채 불러주지 못 하였는데
숨기는 걸음은 바삐 걷고
무서워 휘휘 매끄러이 피해 걷고
방으로 숙여 들어와 무엇을 기다리나
우리는 오늘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아슬한 두 선로 위 전동차 안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고개를 꺾어 잠도 잘 잔다
두 선로는 결코 만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기에
만나지 않아서 그 위의 그 무엇도 전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으면 잘 됐다 한다
내가 하는 말은 아닌데
나도 잘됐다 말을 한다
글을 구하러 노량진에 갔었다
운동조차 따라만 오라는 그곳에서
방조차 최단거리로 잡는 그곳에서
서서 밥을 먹는 그곳에서
길 잃은 사람은 없고
다만 조금 기다릴 뿐이라서
서서 밥을 먹으면서도 시선을 헤매지 않는 그곳에서
길 잃은 사람은 나 혼자라 쓰고는
나는 거짓말처럼 매끄러운 걸음으로 집으로 숙여들어 왔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몸집조차 없는가
저기요
말을 하라고
저기요 라고 일단 불러보라고
말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쳤다
일단 저기요 뱉어 보라고
눈을 보고 기다리라고 스며올라오는 마음을 잡아던지라고
부딪혀야지
저기요 하고 부딪혀야지
아프지 않는 어깨를 문질러도
말 하나 나오지가 않는다
문지르는 시간은 이미 밤이라
나는 텅빈 공책으로 방학의 끝으로 또 다가간다
김경태
김남규
김도훈
김민석
김래군
김보경
김씨는 언제나 10번을 넘어가지 않는데
저기요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집으로 가세요
네
W 레오
2018.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