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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pr 19. 2018

무법자 당신

오늘 날씨 맑음

가위같은 아이돌의 계약에서 풀려났을 때
한참을 깨어있는 채로도 손하나를 까닥 못하다가
그녀가 마침내 그 캄캄한 밴에서 발을 내렸을 때
그녀는 춤을 추는 법을 대신 놓고 내린 것 같았다
시키는 대로 추는 것에 그렇게 질려했것만
볼펜과 백지를 받아든 백일장의 아이처럼 그녀는 막막해 했다
그 사람이 말했지
디자인은 무엇을 그저 옮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춤도 그렇지 않냐고
그가 어설픈 발은 이리저리 옮길 때
그녀는 춤을 한번 보여주지도 않고서 못 견디겠다는 듯 웃기만 했었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지만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이 도시에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모르는 그를 찾아야만 한다
그 앞에서 어설프게 벤치를 돌려놓고
이 나간 컵들을 뒤집어 쌓고
춤은 그저 몸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디자인도 그렇지 않냐고
복수하듯 웃으라고 난장이라도 벌여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신은 함부로 옮기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무법자 당신이 꾸민 카페에 내가 뻗어 잠들었을 때
나는 그곳이 버스가 실제로 서고 가야만 하는 버스정류장인지 전혀 몰랐다
당신은 그저 무엇이나 옮겨 놓고 돌려놓고 한 것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 무엇인지 카페는 무엇인지
버스 정류장을 아니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카페를 아니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 무엇을 찾는 사람이 아니냐고
그러니까 당신은 잘 알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내가 미쳐 마주하지 못하는 삶을 번지처럼 간단한 것처럼
7년이라는 절벽 끝에서까지 망설이는 나에게
하나 둘 셋 하면 된다면서 거짓말을 했구나
걷는 것과 춤이 무엇 때문에 달라지는지
나는 그래서 춤을 시키면 춤을 잘 쳤지만
춤을 그저 출 수는 없는 모순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이른 아침 침처럼 텁텁히 느끼며
일단 춤이 아닌 걸음으로 그녀는 그를 찾아 다니기로 했다
더이상 잠도 없게 된 그녀에게 아무런 스케쥴이 없는 하루는 잔인하게도 너무나 길었기에
휴학을 지른 다음 날 성긴 아침잠을 억지로라도 더 이어 보려 애쓰다 천장을 보고만 아이처럼 그녀는 빠르게 불안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꽃잎이 지고 난 다음 보이는 벚꽃나무의 초록이 자꾸 무언가에 늦은 것처럼 많은 것들이 이미 다 지나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W 레오
P Marivi Pazos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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