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햇볕을 맞으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내 앞에 나무처럼
호들갑도 떨지 않았다
나무는 밤이라고 집엘 가지 않는다
집에 가지 않으니
여기가 제 집인가 보다 싶다
집에서 낮을 다 보내니
나와 같나 싶다
나는 낮에 집에 있어
밤에 집으로 가지 않지만
밤이라 오는 당신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뭘 했냐고 묻기 전까지
괜히 어색하여 어슬렁이다
어서 물어주어 조바심에 입도 낸다
햇볕을 맞으면서 가만히 있었어
솔직하게 말해버리고 싶다
고생했다고 잘 먹겠다고
나를 따 먹어주면 좋겠다
빨간 색 열매 쯤을 맺고 싶다고 꿈을 꾸곤 한다
씨앗에 달린 것이라는 말에
가끔은 울면서 잠을 깬다
W, P 레오
201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