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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May 31. 2018

풍경이 무서운 적은 없었다고

오늘 날씨 맑음

새끼 손가락을 들어 눈앞 가까이 대 보라고 했다

새끼 손가락보다 작은 것들은 다 잊어 버리라 했다

그것들 중에 정말 거대한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새끼 손가락보다 작게 보이게 물러나 있다면

그것은 전혀 무서운 게 못 된다 했다

새끼 손가락보다 작게 보이는 것은 하나 풍경이라 했다

풍경이 무서운 적은 없었다고

그러니 거대한 소문들은 그것이 더 유행하면 할 수록 잊어버리고

언제나 새끼 손가락보다 더 클 내게 내민 네 손을 잡으라 했다

사람들이 소문을 만드는 이유는 멀리 물러나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엇을

새끼 손가락보다 더 크게 보이게끔 만들기가 너무나 어렵기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소문을 돌리고 사람들이 귀를 열고 눈을 닫게 만드는 거라고

실제의 거리를 지우고 그것들이 마치 마법이나 되는 듯

언제나 우리의 아침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처럼 외우게 만든다 했다

현혹되면 장님이 되고 만다고

새끼 손가락만한 것이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내 발 앞의 돌멩이에 내가 안 차일 수가 있겠냐고

차이고 주저앉아 소리를 지를 거라 했다

그게 왔어? 그게 온 거야? 계속 앉아 있을까? 뒤로 돌아가야해?

너는 태어난 이래로 매일이 어려워 울었지 않았냐고

그러니 이제 나와 같이 가자고

새끼 손가락만한 것들에 주저앉아 울지말고

그게 무엇인지 적당히 걸어가서 보자고

사과면 먹고

사자면 숨고

얼굴이 보일 때까지는 사람에게도 다가가도 된다고

새끼 손가락도 아니고 새끼 손톱만한 너에게 내가 울곤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너는 말했다


천원이 싼 저녁을 먹으려 지하철 한 구간을 걸었어

내일 분명 천원이 모자라서 내가 죽을 테니까


체한 거 같은데 걸으면 좀 나을까


W, P 레오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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