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여기 도무지 죽지 않는 할머니가 있다
대답없는 할머니의 돌같은 종아리를 꼬집으며 며느리가 말을 한다
이제 그만 깨지말고 얼른 가버리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이 가셔야 내가 내 삶을 좀 살죠
나도 이제 무릎이 아파서 계단도 못 걷고 먹고 싶은 것도 자꾸 없어만 지는데
여기 결혼 못한 딸 때문에 성공을 못 한 것만 같은 아버지가 있다
꼴랑 아파트 한 채 여기 있네 저기 있네 하는 것들이 말야
하는 말이 김회장 사위는 봤나
너 때문에 결혼 하나 못하는 등신같은 너 때문에
내가 비싼 밥 사먹이면서 좋은 소리 하나 못 듣고 왔다
내가 이국 땅까지 가서
화이트들 블랙들한테 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들으려고 온 평생을 그 고생을 해왔는데
네가 다 망쳤다 네가 다 망쳤어
여기 죽지 않는 할머니의 임종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기대와 달리 또 죽지 않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을 한다
되도록 멀리 가서 살아라
그럴 수만 있다면
가족이라도 오래도록 같이 있으면 괴로웁다
나무도 멀리 날아간 놈들만 뿌리를 내린다
그러니까 너는 되도록 멀리 가서 살아라
서로 꽉 잡은 손이 있다
놓으라고 좀 살게 놓아주라 하면서
더욱 세게 잡아대는 손들이 있다
네 탓이다 하다가 자기 탓으로 불쌍히 간다며 미안하다 할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W 레오
P Katherine Chase
201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