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Jun 18. 2018

나는 오늘 또 이름을 찾는다

오늘 날씨 흐림

나는 오늘 또 이름을 찾는다

하얀 창에 틀리지 않게 이름을 쓴다

나는 그렇게 틀리지 않게 신경쓰며 누군가의 실패를 찾는다

셋째 혹은 넷째 줄에서 첫째 줄을 뺀다

둘째 줄은 나도 잘 채워져 있으니까

계산이 쉬울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해로 뜬 수가 클수록 나는 잠을 잘 잔다

소문 안 난 악습이지만

때로는 사랑에게 농담처럼 건네기도 한다

그 사람 많이 늦은 거더라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하면 도무지 맛이 안 난다


나는 오늘 또 이름을 찾는다

하얀 창에 틀리지 않게

너무 매끄러운 삶은 안 쳐 주기로 한다

그런 이름은 쳐 줄 이가 많을 테니까

적당히 화가 날 이름을 골라서 한다

이미 치고 나면 돌이킬 수가 없다

얼굴을 한번 떠올리고 많은 것을 짐작해 본다

그리고 하얀 창에 이름을 쓴다

한 자 한 자 틀리지 않게

혹여 틀리게 친 이름이 너무 빛나면 내가 덜컥 울지 모른다

부러워서가 아니라

팬처럼 여겨질까 슬퍼서이다

긴장해라 30분을 고민해서 고른 매치업이다

안다 물론 내가 매일 지는 게임이다


대기표를 받으면 화가 나지 않는다

삶에 자꾸 화가 나는 건 대기표가 없어서이다

하지만 대기표가 없어서

죽기 전에 내가 한번은 불리리라 생각을 하는 것

반은 다행이고 반은 성이 나는 법칙이다


사랑이 멸치 볶음을 할 때 

이 농담을 건넬 테다

그 사람 많이 늦은 거더라

사랑이 물엿 한 숟갈을 더 태워 볶아 준다

저 다정함에도 한도가 있을까

밥 없이도 손이 가는 멸치볶음을 뚜껑 닫는다

나는 사실 그런 것이 제일 힘이 든다


W 레오

Wade Austin Ellis



2018.06.18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 도무지 죽지 않는 할머니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