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오래 전에 가장 밝았던 저 별의 어느 빛이
지금 나의 눈에 아름다움을 말해 주네
저 별은 이제 다 식었겠지만
나는 지금에서야 배웠네 나의 바깥을
그 곳에서의 드문 전투들을
사그라듬은 우리 앞의 가로선이지 우리 아래의 세로선은 아니야
우리 달려나가서
삶을 한번 노래해 보자
적어도 시체보다는 우리가 더 멀리
소박해지기를 내가 얼마나 연습했었나
불안에서 눈 감으려 얼마나 애를 썼었나
세 끼를 밥을 다 먹으려고
공기로 쌀을 세어 밥솥에 넣고
김치를 조각내 잘라 놓고
한 끼를 먹으면서 한 끼를 고민하고
일 년을 더 살려고
일 년을 숨 죽이고
그렇게 병상으로 만들어 왔네
퇴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병상에 있는 창은 굳이 볼 생각도 않았었지
하나의 소망은 오래 웃기
하지만 매일 웃으면 웃는 것은 웃는 것이 아닌 게 된다
이 말을 너는 이해하지 전우야
그러니 그 말은 지우고
우리 새로운 명령을 쓰자
울자
왜 울어 웃어야지
아프지 말아야지
앓아도 병은 나지 말아야지
아니다
울자
그래 우는 게 맞다
울어도 좋다 하자
아름다워서
해가 지기 전에
아름다워서 다행이라 하자
그런 연유로 우리 부끄러움도 모르고 울자
언젠가 조용히 사그라지는 일은 받아들이겠다고
나는 그때
저녁 내내 텔레비젼을 멍하니 보고
나는 그때
밤새 잠을 못자 구멍난 방충망 걱정이나 하고
나는 그렇게
심심해지는 일은 받아들이겠다고
제일 빠른 곳에서 다리가 탈이 난다
제일 높은 곳에서 새가 하강한다
그만하라고
조심하라고
얼마나 나를 혼냈었나
네 예쁨 뺨이 닳을까봐
내가 얼마나 조금 씩만 바라보곤 했었는지
내가 얼마나 뜨겁지 못 했었는지
사랑한다 말은 식히려고
저녁 내내 베란다에 두곤 했다
오래 만나기만을 위해
우리가 약속했던 것들
이제는 우리가 비웃어야지
삶이 한번 반짝하면
그로부터 우리는 낙하해야한다
낙하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가장 아름다움에 넋을 놓은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지속은 이 동물의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서로의 귀에다가 서로가 속삭여주자
겁 먹어 오래 앓지 말고
예쁘게 춤을 추고
뼈빠진 무릎으로
조용히 퇴장을 하자고
속삭이지 말고 소리를 쳐주자
울자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너 그렇게까지 시끄러웠다고
시끄럽게 외쳐주자
이제 곧 저녁인데
내가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밤에는 낮에 본 것들을 얘기하는 시간인데
아슬하게 우리가 가장 멀리까지 다녀왔다면서
우리의 기록은
내일 아이들의 출발점
아이들이 가장 비웃을 단지 시작점
그때는 과거라는 말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테지
그렇게 욕심쟁이도 아니고 하니 말이야
그런데
왜 이런 슬픈 말만 하고 그럴까
미안하게 자꾸만
W, P 레오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