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림
매일 같이 만들던 요리가 문득 너무나 지겨워서
면발을 젖던 젓가락을 던져버린 가마쿠라상의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염치 없게도 나의 면을 탱글하게 공을 들이던 당신의 등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멋진 면발를 매일같이 만들까 당신은
내가 간 날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당신은 어제도 그리고 내가 없는 내일도 언제나 멋진 면발을 소쿠리 위에다 감을 터인데
어쩌면 그렇게 늙어갈 수가 있었냐고
당신도 매일처럼 그렇게 글을 쓰지 않냐며 사랑이 내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만은
나는 징그러워지지 못해서 여전히 매일이 여행이랍니다
떡진 머리나 부풀어 오르는 아랫배를 보이며
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냐며
사랑에게 농담같은 악담을 하곤 합니다
문득 그럴 수 있다
그러고 싶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겠죠
아이를 안은 엄마들을 즐겨보았습니다 여행의 길 위에서 라도
아 그것은 10센티 앞이라도 반드시 풍경
나는 친절한 웃음으로 그들에게 역시 풍경
어쩜 저이는 그토록 세상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며 나를 보았던 것이겠죠
이제는 사랑과 함께 휘청입니다
더 커진 덩치로 마냥 흩날리려니
문득 이치 같은 것을 생각해 보곤 하는 것이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힘이 떨어져 주저 앉는 것이겠지요
부정이나 조롱이 아니라
닿는다 라는 말을 떠 올린 것입니다
젊은 날의 사진을 뒤져보지 않아도
당신은 면발에서 아주 먼 곳까지 여행도 해보곤 했었겠지요
외로이 홀로 걷다가
그래서 그들과 두 배의 속도로 멀어지곤 하다가
다만 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그 어떤 미움 없이도 두 배의 속도로 멀어지곤 하다가
누군가와 함께 멀어지면서 작은 나라라도 세운 듯하다가
힘이 빠져 주저 앉고 보니
고작 기차로 한 두 시간 되는 곳에서
이제는 정을 붙여보자 하고 있던 것이겠죠
그렇다면 그것은 또한 우리의 이야기겠다
정말로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싶어
후루룩 면을 삼킵니다
고치소사마
W, P 레오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