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림
사실 나무라는 말을 즐겨 들으면서도
나 동물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네
시간에게 지고 있었네
움직여야 한다며
내 뿌리를 자꾸 옮겨 심었네
발도 아닌 것을 자꾸 채근하였네
고작 우리가 먹는 밥은
김치 삼겹살 고등어 미역 낙지 갈치 쭈꾸미
반복하다 잊어 그리워 또 반겨 반복하면서도
나는 나의 삶에 새로운 것이 필요한 듯
시간에게 지고 있었네
엄마 아빠 형 자기
새엄마 새아빠 새형 아니 자기
착각이지
미련아
녀석아 몇 년을 방안 콕 박혀 있는 거냐며
너희들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 말렸네
깊은 물을 빨지 못하는 줄기는 하루 이틀 태양에도 마르고 만다
자리를 잡으면 필요한 것은 그곳에 다 있대두
사실 나무라는 말을 즐겨 들으면서도
나 동물의 마음을 다 버리지 못 하였네
자라 하시면
잠들 수 있길
포기의 억하심정 아니라
인정이라고
나의 가여운 하루를 기꺼이 반겨 먹어 주는 일이라며
엄마 아빠 형 언제나 자기 자기
6일만에 내가 완벽하다며 하루종일 잤다던
그 끔찍한 만족을 내가 어찌 이겨먹으리
W, P 레오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