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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n 11. 2018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오늘 날씨 비 조금

너는 꽃을 보면서 감탄을 한다
흩뿌려져 있는 들꽃에도
나는 꽃만한 것도 쓰지 못한다
조그마한 것을 좋아하나해서
작은 글을 쓰고
붉다란 걸 좋아하나해서
붉은 글을 쓰고
그랬더니 어제는 네가 노란 꽃을 예쁘다한다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울지마 나는 네가 쓴 글이라면 정말이지 다 좋아
나라서 좋은 거 말고
정말 좋은 것을 주고 싶어
그게 무엇인지 이제는 그만 울고만 싶어
정말 좋은 것에는 내가 무슨 말로 좋다고 해줘야 하는 거야
만약에 그게 있다면 말야
나는 늘 네게 좋다라고 하고 있는데

너는 깊은 골짜기까지 가서 물을 떠 왔지
너는 왜 그렇게 먼 곳까지 가서 물을 떠 온 거야
나는 목이 말랐고 네가 손으로 모은 빗물이라도 기뻤을 텐데
너는 왜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 거야
사랑한다고 쓰지 못하고
좋아한다고 쓰지 못하고
나를 찍지 못하고
나를 돌려 배경 안에다 나를 꼭 집어 넣고
무엇을 그렇게 더 만들어야만 하는 거야
너는

가져오지마 제발
가져오지마 무엇도
가져올 수록 너는 더 멀리 가야 하잖아
내가 좋다고 해도 너는 더 멀리 가야 하잖아
더 멀리가면 나는 더 좋다 말해야 하고
그래도 너는 더 멀리 가잖아
나를 보면서도 더 멀리 바라보잖아
나를 들으면서도 벌써 저만큼 걸어가고 있잖아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 제발 진정하자

내가 지어준 밥과 글이 다르지 않음을
아니 달라도 아주 조금만 다름을
넌 밥을 짓는 것보다 글을 더 잘쓰는 거 같아

그 정도만 그 정도만 듣고도 살자

W 레오
P Toa Heftiba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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