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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l 23. 2018

그러니 그냥 고맙다고만 해 둡시다

오늘 날씨 무거움

당신이 즐겨 기거하다

당신이 손수 방 하나 쯤은 쌓아 만들었고

신이 나서 온갖 고물들도 갖다 놓고는 했었지만

당신도 바람이라 

결국은 방 하나와 고물들만 집에다 보태고

소문을 몰아서 동해로 가셨나 봅니다

태풍은 언제나 그 바다에서는 사그라들고

비는 몇일이면 스며들고

집은 이제 비었겠습니다

흉흉한 집이라 걸음을 끊을 이도 있겠고

흉흉한 집이라 이사를 하는 식구들도 있겠고

흉흉한 집이라 궁금한 아이들을 혼을 내곤 하겠지만

좁은 땅에 집 하나가 쉽지 않아

다시금 숨어 들고 

다시금 냄새를 입히고

다시금 시끄럽게 쓸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나 우리는 유물에는 약해서

시작도 돌 밭에서 마음이 낫고

그러니 그냥 고맙다고만 해 둡시다


W, P 레오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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