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흐림
2
막혀 있는 시나리오를 소설인 듯 끄적이다가
괜스레 사소한 지문 하나를 골라다가 나의 생각만 박아 넣다가
곁에 놓인 자기 화분의 모서리를 문질렀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플 때가 있다
쓸데없는 짓만 하다가 누군가에게 불쑥 불릴 때가 있다
엄마나 자기나
건너편 테이블 위에 깔아놓은 유리받침 위에 창 밖 나무가 뒤집힌 채 비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바람이 많이 분다
사람만 보는 이들은 의아해한다
흔들리지 않게 걷는 법을 우리는 치열하게 배웠으니까
춤을 추는 것이 무서워 밖에서 한 시간씩 맴돌다 들어가곤 한 적이 있다
끼가 쬐끔도 없으면서
무대 위에 잘도 오르겠다며
바람보다 여린 발이라면
나는 글을 쓰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깎이고 깍일 일인데
바위가 해변이 되었다고
당신은 믿을 수가 있었던가
잊을만큼 있다가 가보아도 바위는 여전히 벽을 이루고 서 있는데
삶을 한 두번은 그저 지나쳐야 하나보다
쿵하고 머리를 맞은 환상통을 느꼈다
여보야
가끔은 그냥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남겨진 곳은 그 어디라도 쓸쓸하다
W, P 레오
201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