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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ug 05. 2018

여름 안에 대단한 것들은 온통 붙어 있는 것들

오늘 날씨 구름

눈을 깜빡 감았다
소나기의 흔적을 놓쳐 버렸다네
하품하는 찰나 천둥도 쳤다던대
닦아 버린 우유처럼
바닥은 이미 매끈허니 말라 있었다네
이제 엉덩이를 대고 앉아도 좋아
살짝 흔들린 것은 금새 닦을 수가 있어
소나기가 무섭지는 않지
여름 안에서 무서운 것은 오직 더위이고
여름 안에 대단한 것들은
온통 붙어 있는 것들
가령 나무를 붙잡고 있는 땅들
재우는 아가 엄마들
너 나
돌이켜 보면 온통 하나의 흔적이야
분명 둘인 건 사실인데
나란히 난 발자국이며
같은 곳에 놓인 젓가락 숟가락들
같은 곳에 비운 찻잔들
같은 곳에서 기지개 켜는 과자 봉지들
그렇게 많은 길을
그렇게 많은 밥을
나 좀 졸았더니
대단한 것을 못 보았네
금새 마르는 것들은 못 봐도 된다 하네
대단한 것들은
온통 붙어 있는 것들
너 못 한대두 하겠다 하는 것들
그만 집에 가래두 안 가겠다는 하는 것들
이 여름의 끈적하게 불쾌한 것들
얼마나 덥겠어
사랑하기가
그래서 살아가기가
동물은 땀이 난다
가여운 여름의 이방인들

W 레오
P Orr Nir


20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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