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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Oct 27. 2018

확인 되지않는 당신은 갑자기 찾아온 사람입니다

오늘 날씨 흐림

확인 되지않는 당신은

갑자기 찾아온 사람입니다

열어달라고

추운 밤

가려린 흔들림으로

보통의 밤들에 소리를 얹으셨습니다

보지마

똑똑

보면 안돼

모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엄마는 얘기하셨습니다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던 엄마가 

지루한 밤이 너무나 길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나 또한 너무나 조용한 방에서 

다만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버릇처럼 깨어서 기다리곤 했을 뿐입니다

엄마는 다 늙었고

말들은 차트처럼 반복일 뿐이고

적당히 착한 나는

지루한 피난처로 준비는 되었습니다

귀가 먹은 엄마가 듣지 못하는 밤

나는 또 깨어 있었습니다

비가 내릴만큼 나는 충분히 가물어 있었습니다

똑똑

나는 작은 렌즈에다 눈을 대었습니다

눈은 뜨거웠고

손바닥은 한기가 돌았습니다

당신을 보면

당신이 정하지 않은

수만 가지의 불행도

수만 가지의 기쁨만큼

나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검게 빛나는 머리카락들 뒤에서

간지럽도록 나를 노려봅니다

어떡할 테냐

이 조용했던 사람아

하지만

저 눈들보다 더 커다란 당신의 눈이

당연한 버거움으로 흔들리고 있어

나는 내가 고통보다 더 무겁게 지겨웠다고

나에게 명령같은 설득을 하곤 합니다

적어도 이 안의 나는 그 밖의 당신보다 따뜻하기에

언제나 그날의 당신은 

내가 기꺼이 안으로 들일 사람

비싸다면

비싼만큼

살겠지요


W 레오

P 영화  “Let the Right One in” 중.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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