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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Nov 02. 2018

우아한 보통사람이라도 된다면

오늘 날씨 맑음

불륜을 들켜 이혼재판을 당하게 생긴 남자와 여자가 성가시다

나는 돈 없어도 돼 너는 돈 없으면 안 되잖아 회사에 찾아가도 찾아갈 사람이야

마스크를 쓰고 가정 망친 년이라고 시위라도 할 년이야

그니까 절대로 인정하면 안돼

만나자는데 어떻게 해

거길 왜 나가

가서 한마디 안하고 버틸 배짱이 있으면 나가고 아니면 죽으라고 피해

하이패스나 뭐나 다 가지고 있다는데

그것은 결정적인 게 아니라니까

남편 바람으로 몰고가는 미친여자 만들고 내가 이혼해 버릴 거니까

도박하러 다녔다고 강원도로 전라도로 섬으로 강으로 바다로

그래 난 도박에 미친 놈인데 이년은 남편 바람핀 놈으로 만드는 의심병에 징하게 미친년이라고 하고

내가 이혼해 버릴 테니까


나는 하루종일

내가 하는 일들의 의미에 문득 무심해져서

이것을 어디에서 값을 물어야 할지 몰라서

몸은 힘들고

아 맞다 결혼식에 갔는데 

사람들이 예의로 물어주지 않던 내 삶이

그렇게 조심해야할 만큼 약한 것인가 

사랑에게 주려고 포장을 하려다가

그만 내가 우스워져서

사람들에게 내가 왜 그토록 멀어져 있는지

등을 돌리는 일이 나 쪽이라서 그냥 버티는 것이지

사실은 떨어져 나간 녹아가는 얼음 덩어리지 않을까 싶어

흔들리는 노란 잎보다 내가 더 걱정되어 아팠는데


우아한 보통사람이라도 된다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잔행동들이 필요하지 않고

창고가 따로 필요하지 않고

사랑이 내 물건을 넣어 둔 곳이 어디든

쓰라면 쓰고 

입으라는 것을 입고

귀엽다하면 또 입고

그래도 사랑받을 만큼 우아한 습관같은 것이나 하나 둘은 있는

그래 그런 우아한 보통사람이나 된다면

참 다행이겠다


무엇이 다 무엇일까

나는 고작 육칠십센티 작은 몸통

사람들이 살 수 없고

사람은 쉬어 갈 수 있는

간단한 부고일 텐데


W 레오

Nathan Dumlao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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