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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Nov 08. 2018

나는 작은 하나로

오늘 날씨 비

눈에 보이지도 않게 가는 비가 내 얇은 발목을 다 때린다

불쾌하게 신기한 일이다

순간 이 차가움은 하늘로 부터 바로 온 것인가

바닥으로부터 실례처럼 묻어 온 것인가 신경이 쓰인다

그나마 하늘 쪽이 낫다며

자주 고개를 들곤하는 우리라서

바닥 근처에 지나가는 것들은

쥐가 아니라도 피하고 보는 나라서

길에 나서면

온통 싫어하는 것들 투성이다

날씨

인구

여론

냄새

특히 소리들

안하무인하는 몸짓에나 걸맞는 커다란 소리들

감정을 과장하는

싸구려 몸뚱아리들

화려한 언변으로도 다 못 숨긴

천박한 의도들

억이라는 말들을

최대한 가볍게

자주 밥보다 자주

자신의 크기를 꾸며내려고

그러나 그 안에 다 담긴

단색의 자기 존재들

그리고 서열이라는 악몽들

나는 할일도 못 할만큼

아파서

그만 또 너를 생각했다

어두운 바다의 물고기처럼

산 위에 뜨거운 연못처럼

소리들 속의 커피

공항 밖의 그곳들

보지 않을 이런 글들처럼

품고서 찾아가는 너를

다행히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사는 것이지

싫어하는 것을 피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서

싫어하는 이런 곳에서도

나는 작은 하나로

너로 삶을 다 산다

네가 힘을 내어 내일 아침으로 간다면

네가 힘을 더 내어 내일 아침 이곳 아닌 곳으로 간다면

나는 냄새를 헤치고

소리를 견디고

진 땅도

천박한 비난도

악몽같은 지적들에도

산다

산다는 것은

내가 너를 좋아해서

어디라도 너를 찾으러 간다는 것

그 뿐

그만


W 레오

P ian dooley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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