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달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괜스레 자기 살을 도려낸다
문지르고 문질러서
흐물 해진 곳에서 할머니 같은 냄새를 건져내고서
다행이다
다 죽는 거구나
곪아 터진 상처에 손가락을 푹 찌르고
말라가던 피딱지를 뜯어내고
베어 나오는 하얀 물
코에 대면 나는
축축한 욕심들
뭘 하라는 거지
엄마
주님은
늘 대답은 않는데
나는 왠지 마음이 자꾸 무거워져
망가진 인형은 안기가 좋아
굳이 코가 안 눌리게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되니까
겁이 나서 미리 망가뜨린
우리는 우습게 만났다
우스운 이유를 가지고서
죽고 만다고 했고
난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한다고 했지만
너도 나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 하늘은 아니고
네 눈 안에 답안지를 압정으로 고정시키고
자주 바라보았다
답이 생각날 거처럼
지난 생에는 일찍 자버린 것 같으니까
수가 없으니까
생각날 거처럼
이젠
서로가 서로의 살이라서
해치지 않으려고
달릴 곳을 찾고 찾았다
지쳐서 잠드는 것은
꼭 평화로운 죽음 같아서
예쁘게 죽으면
죄는 아닐 거 같아서
그래도
W, P 레오
201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