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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n 11. 2019

지쳐서 잠드는 것은 꼭 평화로운 죽음 같아서

오늘 날씨 맑음

달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괜스레 자기 살을 도려낸다

문지르고 문질러서

흐물 해진 곳에서 할머니 같은 냄새를 건져내고서

다행이다

다 죽는 거구나

곪아 터진 상처에 손가락을 푹 찌르고

말라가던 피딱지를 뜯어내고

베어 나오는 하얀 물

코에 대면 나는

축축한 욕심들

뭘 하라는 거지

엄마

주님은

늘 대답은 않는데

나는 왠지 마음이 자꾸 무거워져

망가진 인형은 안기가 좋아

굳이 코가 안 눌리게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되니까

겁이 나서 미리 망가뜨린

우리는 우습게 만났다

우스운 이유를 가지고서

죽고 만다고 했고

난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한다고 했지만

너도 나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 하늘은 아니고

네 눈 안에 답안지를 압정으로 고정시키고

자주 바라보았다

답이 생각날 거처럼

지난 생에는 일찍 자버린 것 같으니까

수가 없으니까

생각날 거처럼

이젠

서로가 서로의 살이라서

해치지 않으려고

달릴 곳을 찾고 찾았다

지쳐서 잠드는 것은

꼭 평화로운 죽음 같아서

예쁘게 죽으면

죄는 아닐 거 같아서

그래도


W, P 레오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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