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비
용산역 앞 눈부시게 안 보이던 붉은 등이 빼곡하던
공터 위에 주황색 끈이 바람에 흔들린다
노랗지는 못한
여름이다 하는 말에
비가 내렸다
소매를 내리고
부끄러운 시간을 가지라며
한때 이곳에서는
사람이 불에 타 죽었다
골프공이
무죄한 출근을 시기하던 새벽
아 못 견디겠다며
그즈음 나도 이곳에 드나들었고
사람보다 나는 더 왼쪽에 서 있곤 했었지만
다 묻었다
무언가 잠시나마 바라보는 습관은 남았지만
울지 않았다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인사 없이 걸어온 길이
어디에 닿았는지 모른다
잘 친 도망은 방향이 없어야 한다
나의 소식은 내가 가장 먼저 발 문질러 지운다
그 간의 버릇이다
잘 쓰던 글을 지우고
애써 찍은 영화는 우습다
나는 다치지 않는다
사실 무엇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W 레오
2019.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