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새벽 맑음 아침부터 비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분명 찬란한 날이었다
낮은 각도로 나를 치는 태양빛과 내 눈의 각막 사이에
감각을 증폭시키는 뭔가가 분명 있었다
내쪽에서인지 그쪽에서인지 모를
그것은 분명 찬란한 날이었다
그리고 난 조용히 그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꿈이 없었다 현실 또한 없었고
다만 찬 바람이 너무 날카롭진 않았고
눈이 멀어도 달릴 만큼 길은 제대로 뻗어 있었다
앞서니 뒤서니 하면서 꼭 가지 않아도 될 곳을 가는
그대가 있다
내가 있어 그대가 있다 하고
그대가 있어 내가 또 있다 하는
바보 같은 문답으로 우리는 취한 이처럼 웃고
민망한 밤 뒤에도 또 힘을 썼다
생각해 보면 그것들 또한 분명 찬란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무가 태양을 죄책감 없이 마시듯
찬란한 날의 태양 아래를 걷고 있다
마신만큼 커야 하는 건가요?
시간이 나 대신 뭔가를 얘기해주었나
사람들이 답을 못할 편지를 보낸다
나는 그저 시간보다 쬐금 성급하게 걷고 있다
날이 좋아서
숨이 차도 좋을 만큼
날이 좋아서
겨우 구한 멸치를 넣어 끓이니 국물 맛이 일품이다
아낌없이 넣어 남김없이 우려내어
태양을 효율없이 마시고 너무 많이 돋아 나 져버린 나뭇잎들이 흙을 살린다
나의 많은 날들을 다 가지시어
잔챙이 골라 내려 말고 한 웅큼 한 아름도 가지시어
국물이라도 좋고
흙이라도 좋고
글 영상 레오
2020.01.01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새벽 맑음 아침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