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조금의 비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기름을 잔뜩 안은 신문지처럼
그 징그럽게 아름다운 윤기들은 밤이라 더욱 짙다
우리는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과
보고자 하는 눈을 가진
시끄러운 벙어리
혹은 이유 없이 울곤 하는 거지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잘 놀다가도
뭐가 신나 온통 발 그림을 그리다가도
다만 불씨는 냉정하게 날아오는 것
신문지가 불쏘시개가 되려면
내가 아 와 같은
단발의 빛이라도 번쩍이고 사라질래도
다만 엄마는 내 안에 없는 거지
나는 차가운 겨울에 놓여 있는
열쇠를 밖으로 내던진 자연
우주를 더듬으며 걸어 나가는 나의 기도가
무엇도 낚지 못한다면
싸늘한 공간
수학적인
대화가 없는 심연
아니 잠든 밤 나를 만지는 이가 있을 터
단서도 없이 나를 만지겠지만
나는 거부할 수 없이 터질 터
팡하는 소리일까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나는 모래
나는 이국에서라도 모래
당신 안은 내가 우습게 피잉거려도
당신 없이 내가 다 무엇일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시끄럽기만 한데
글 이미지 레오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