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Jan 10. 2020

시일기_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 날씨 조금의 비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기름을 잔뜩 안은 신문지처럼

그 징그럽게 아름다운 윤기들은 밤이라 더욱 짙다


우리는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과 

보고자 하는 눈을 가진

시끄러운 벙어리

혹은 이유 없이 울곤 하는 거지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잘 놀다가도 

뭐가 신나 온통 발 그림을 그리다가도


다만 불씨는 냉정하게 날아오는 것

신문지가 불쏘시개가 되려면

내가 아 와 같은

단발의 빛이라도 번쩍이고 사라질래도

다만 엄마는 내 안에 없는 거지


나는 차가운 겨울에 놓여 있는

열쇠를 밖으로 내던진 자연

우주를 더듬으며 걸어 나가는 나의 기도가

무엇도 낚지 못한다면

싸늘한 공간

수학적인

대화가 없는 심연


아니 잠든 밤 나를 만지는 이가 있을 터

단서도 없이 나를 만지겠지만

나는 거부할 수 없이 터질 터


팡하는 소리일까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나는 모래

나는 이국에서라도 모래


당신 안은 내가 우습게 피잉거려도


당신 없이 내가 다 무엇일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시끄럽기만 한데


글 이미지 레오



2020.01.10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분명 찬란한 날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