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너는 나의 가장 오래될 질문이다
배워본 것들
암기한 것들에서
나는 너를 구할 수 없었다
잠을 잊고 천장에 빼곡히 풀어내어도
나는 네 이름 아래 한 줄을 풀어낼 수도 없었다
너는 고작 하나의 문장이지만
나는 시간을 거슬러 가보고
시간을 다시 따라오면서
다만 너를 생각했고 그리도 무력했다
너를 보고 또 보아도
어떤 유리한 시각이나 안정적인 지점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시간처럼 너는 늘 변해갔고
나는 어제를 풀다 오늘의 너에 겁을 먹었다
어제가 무의미해지는 오늘의 너와 나 사이
이제 그만 놓을 것인가 물어보는 듯한
말간 얼굴에 나는 깨지지도 않는 그 돌을 다시 어깨에 짊어진다
무릎을 꿇고 마주한 채 늙어가겠구나
풀 수 있어 달려든 게 아니고
우주처럼 검은 그 공간이 나는 시려서 또 달려나와 보고 선 것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밤들
지워진 아침 부끄러워 분한 낮들
그래도 내가 가장 불타는 이 어려운 시간들
죽을 것을 잊고 죽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어쩌면 너는 질문처럼 온 가장 큰 축복이다
10⁻¹³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