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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번씩만 안고 갈게2

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by 모호씨

사람이 없는 장례식장은 왠지 더 서글프다. 그래서 다들 무리를 해서라도 열심히 다니려 애를 쓰나 보다. 3만원, 5만원. 없어서 죽을 돈은 아닌데.. 때론 갑자기 한 달에 2개 씩 3개 씩, 때로는 내 통장 사정을 봐주지도 않고 덜컥하고 문자가 온다. 그럴 때면 그냥 한참을 바라본다. 이 사람이 나와 얼마나 밀접한 지를 따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그런 내 처지가 서러워 애먼 핸드폰만 노려보고 앉은 것이지.


난 여러가지로 불효자겠군. 이 방 다 채울 수나 있을까.. 슬퍼하기도 전에 사람들을 불러야 한다는 것이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사고 그런 공간을 또 채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무척 버거웠다.


sxd2lay4r0i5w8wstsal.png 영화 "걸어도 걸어도" 중


형이 만들어 온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마른 헝겊을 들어 닦는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 내가 찍어준 것이다. 엄마의 사진을 찍어 주는 일은 참 힘겨운 일이었다. 매번 찍어달라 조르면서 막상 카메라를 들면 1초도 가만히 못 있는 게 우리 엄마였다. 흔들리고 흔들리고 그러다 맞았다 싶으면 또 죄다 이상한 표정에.. "너 실력이 그렇게 없냐?” 난 항상 혼만 났었다.


가만히 보면 이 사진도 미묘하게 핀이 나가 있다. 그래도 개구진 표정이 조금 베인 것이 정말 우리 엄마다운 사진이다 싶긴 하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내내 바꾸지 않으셨던 메신저의 프사가 영정 사진으로 어떨까 싶긴했었다. 아무래도 그 사진은 그 마음에 만족스러웠으리라.. 자신의 하루하루 수척해져 가는 모습이 싫어 자신의 맘에 가장 예뻐 보이는 그 사진을 고집있게 바꾸지 않았으리라.. 형이 측면으로 찍은 사진은 안된다 했다. 영정 사진에 얼짱 각도라니.. 나도 수긍을 하긴했다. 그래도 내심 그 사진으로 사람들을 맞는다면 엄마가 무척 만족스러워 했으리라 그런 생각은 들었다. 그렇게 죽는 사람은 말이 없는 것.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나를 탓하지도 나를 달래지도..

죄책감도 나의 몫이다. 무딘 것도 다 나의 몫이다.


W 상석.

P Jonathan Kos-Read, 영화 "걸어도 걸어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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