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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 인재들이 스타트업에서 고전을 하는 이유는?

커리어의 기술


보통 우리가 꿈꾸는 스타트업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내가 하고자 하면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 대략 이런 분위기를 많이 꿈꾸실 거예요.


최근에 큰 기업에 계신 분들이 스타트업 이직에 대해서 저에게 종종 문의를 주시는데요. 저도 큰 기업에서 일하다가 처음 스타트업에 갔을 때는 개인적인 인식과 자세, 문화 차이 등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큰 기업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실까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제가 경험하거나 접한 얘기들을 토대로 어려운 점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꿈꾸던 스타트업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은 그래도 대중적 인지도가 있던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 외의 비용은 최소화하겠다는 게 대표의 철학이어서 인테리어가 안 된 상태에 가성비 좋은(제일 저렴한) 책상과 서랍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인테리어가 제대로 된 사무실로 이동한 건 3년 반 뒤였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IT적인 분위기를 지향했으나 임원들이 오프라인 출신 분들이 많았고 하이레벨 리더 경험을 많이 해 본 분들이 없었습니다. 임원 간 이견조율이 잘 안 되다 보니 대표가 결정을 많이 했고 빠르게 실행하는 게 중요 시 하는 문화이다 보니 의외로 수직적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이 인정받던 방식이 스타트업의 업무호흡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분들이 자기들이 성공한 방식, 인정받았던 방식대로 일을 하는데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큰 기업에서 인정받았던 방식대로 하면 자칫 회사 상황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큰 기업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해서 런웨이라는 말을 거의 못 들어봤을 텐데요. 스타트업은 런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유 자금으로 언제까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단어인데요. 그때까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회사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덕트 개편과 개선이 주특기라 경쟁사보다 더 나은 UX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입사를 했지만, 대표의 주문사항은 2주 단위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아이템 위주로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모회사의 성과평가가 코 앞인 시점에 브랜딩을 위한 문서템플릿 개선을 제안하는 리더는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임원급으로 이직했을 때는 필요역량이 다릅니다.  


보통 큰 기업의 인재 분들이 스타트업으로 갈 때 승진을 해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임원이 되었을 때는 일의 범위와 복잡도가 높아지는데(C레벨이라는 리더는 어떻게 일해야 하나요? 아티클 참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조직문화와 업무호흡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온보딩 기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호적이고, 제가 퀵하게 터치해서 성과가 나올 포인트가 많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일즈, 운영, 마케팅, 전략부서 그리고 대표까지 각자가 본인들이 필요한 과제를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프로덕트 개발 우선순위에 넣기 위해 어필을 해왔습니다. 그때는 이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조율하고 과제 관리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등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스타트업은 드라마처럼 수지가 있지도 않고, 남주혁이 있지도 않습니다. 큰 기업의 분들이 너무 환상만을 가지고 스타트업에 도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전을 하기 전에는 본인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인지, 본인과 핏이 맞는 회사인지 확인해 보시고요. 만약 이미 스타트업을 경험한 선배가 있다면 만나서 조언을 들어보세요.(저 같은 경우는 스타트업 스타일에 안 맞는 분들은 그분을 위해 추천을 안 해드립니다.) 그리고 이직 시 업무분야나 레벨이 바뀐다면 꼭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미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셨다면 회사의 상황과 기존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세요. IT에서는 레거시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원 뜻은 유산이거든요. 그 유산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고 상황에 잘 적응하는 인재가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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