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에 프로덕트 총괄로 입사를 하고 난 후,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터뷰를 보고 입사를 하는 사이에 배달통 서비스와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회사에 임원으로서 적응을 하고, 요기요라는 서비스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새로운 서비스의 인수라니... 실제로 입사 후는 서비스를 파악하는 것을 차치하고 다른 환경과 개발방식을 가진 요기요와 배달통 테크 & 프로덕트 인력 간의 협업과 개선요구를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프로덕트 전략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자기 회사의 상품들이 서로의 점유율을 뺏어가는 상태를 말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요기요 외에 배달통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요기요가 경쟁사가 아닌 배달통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거나 배달통이 요기요의 점유율을 뺐어 오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요기요는 기존 서비스에도 녹아져 있었지만 리더들의 희망하는 방향은 간결하고 대중성 있는 스타일이었다. 서비스를 리뉴얼하면서 오히려 그 방향을 더 강화하였다.
배달통은 그 당시 마동석이 광고모델이면서, 달통이라는 지금도 개인지 토끼인지 아리송한 캐릭터도 있었고, 일러스트와 사진이 짬뽕된 스타일이라서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이 컸다.
결국 요기요와 전혀 겹치지 않는 개성이 강하면서 좀 더 화려한 영역으로 포지셔닝을 하기로 한다.
요기요 UX 디자이너는 이베이와 11번가 출신을, 배달통에는 일러스트에 능숙한 재기 발랄한 UX디자이너를 배치하면서 두 서비스의 시각적 차별성은 더욱 커졌다. 이를 통해 타깃 고객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최소화하는 구조가 되었다.
체감적으로 느낀 건... 전략적 방향으로 맞춰 요기요와 배달통 UX 프로토타이핑 영상을 만들어 내부 시연을 했을 때 좀 더 간결하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요기요 스타일을, 좀 더 즐겁고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배달통스타일을 선호했었다.
최근 들어 배달시장에서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각각이 어느 쪽 점유율을 뺐어가는지 이런 포지셔닝을 고려해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석이 형님의 범죄도시 4편이 큰 흥행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형님이 배달통 모델이었던 게 생각이 나 이 글을 ㅅ써본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때는 엄청 날씬하셨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