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당신도 거기에 있다
파랑과 하양 두 가지 색상의
사랑과 연정 두 점이 점철된
그림,
하늘에 무수히 뜬 이름들보다도 아름답다 했다
하나의 선으로 그려진 그림
우아한 곡선은 산등선 너머
한강의 언저리까지 닿아내었을까
한강의 물결 위 고운 빗금 하나 새겨놓았을까 하고
결의 마디 어디쯤 가녀린 손가락이 울리는 듯도 했다
공중의 구름은 나 몰래 마음 한술 떠갔던지
그린 그림이 퍽 닮아있다
구름의 그림이 당신인 양 안겨볼까 했다
그림의 얼굴이 당신인 양 불러볼까 했다
퍽 포근하고 어여쁜 것이었다
구름이 그린 그림
당신이 여기에 있다
가을 오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사이 찬란한 햇살이 내리던 날
문득,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구름이 그린 그림 마치
당신을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이라, 멀리 있어
차마 닿아낼 수 없으나
구름이라, 눈가에 있어
오래 품어낼 수 있으니
다만, 구름이 그린 그림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