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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Dec 16. 2020

그녀와 당신에게

그녀에게로부터 당신에게, 가을 그리고 겨울의 이야기

1.


그녀가 웃는다.


어두운 밤 붐비는 거리, 그녀가 있다. 조명도 없는 골목, 자그만 그녀를 단번에 찾아내는 일은 어쩌면 나만이 가능한 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래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닿아, 미소를 건넨다. 나의 떨리는 입꼬리가 그녀의 것보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알아차려 주었으면 한다.


돌담길을 걷는다. 더 많이 함께이고 싶어 걸음을 맞추어도 본다. 손끝이 스치는 순간, 넘쳐흐르던 떨림이 전해질까, 부끄러운 마음, 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아니, 조금은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돌담길을 함께 걸은 연인은 헤어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아직 연인이 아니므로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언젠가의 소설小雪에는 함께이고 싶다고, 옛 말들에 대한 소소한 투정들 함께 늘어놓고 싶다고 생각한다.


곁을 내어주어 고맙다고 말한다.

방긋 차오른 입꼬리가 곱다.



2.


소설小雪이 오면, 말해주고 싶다.


소설小雪의 꽃들보다 고운 당신의 웃음과

한겨울인 듯 떨리던 그날의 입꼬리와 걸음들에 대해


돌담길의 옛 말들과 투정 어린 이야기들과

가을밤 당신의 얼굴이 그토록 선명했던 것들에 대해


당신 곁에서 밤새, 주절주절 떠들어내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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