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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Sep 17. 2021

[시:詩] 하회마을에서

하회마을에서


하회마을엔 고택이 많고

그중 골라 하루를 묵기로 한다

작은 방으로다가 한 명 예약하고

찬찬히 짐을 챙겨 고택으로 향한다

급할 일 없어 마음이 편타

차표는 역에서 끊어도 넉넉할 참이다

가는 길 반나절이래도 개의치 않았다


초입 지나 논밭 어귀에 집 한 채가 있다

볏짚 덮은 초가 옛 정취 물씬허다

창호지를 똑똑, 주인장 불러본다

노부인이 보인다, 주인장의 노친이라 했다

초가의 정취 노부인 덕이라 생각도 하였다

방은 넉넉하였다, 코끝의 냄새가 좋기도 하였다

마루 건너 산들바람 불어오니

일자로 누워 천장을 보았다


새소리 가깝다 하였는데

이제 보니 제비 한 쌍 터를 잡았다

처마 밑 제비집은 자못 단단해도 보였다

얼키설키 얽은 흙과 짚 더미가 잘도 붙었다

누운 채 제비집 감상하던 때 가히 태평하였으니

제비 울음과 날갯짓 소리 곁엔

안동소주 한 병 두었다

이대로 날이 질 때엔 병을 비울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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