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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Nov 07. 2021

[시:詩] 누이에게

누이에게


혼인을 앞둔 누이에게

주고픈 것 있어

서툰 손을 종일 꼼지락대었다


아마亞麻의 실 엮어 한 장의 천 뉘이고

누이 좋아할 백합 자수 새겨넣고

꽃말 따라 살길 기도하였다


누이의 지아비도 또한

그러하길 바람에

신혼집엔 같은 종의 묘목 하나 선물하련다


산꽃이라 금세 질 터이고

주고픈 마음 오랜 것이어서

오랠 자수와 묘목으로 정하였다


혼인은 손 없는 날

곧 추분 지나 길일로 정했더랬다


혼인을 앞둔 누이의 얼굴은

발그레 상기된 채 여름을 나고 있다


누이는 어떤 얼굴을 할까

무뚝한 오라비의 선물에 누이는 무어라 말할까

가히 기뻐할 상이면 좋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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