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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Dec 16. 2021

[시:詩] 각자의 사정

각자의 사정


사월의 벚꽃은 지천에 흐드러지다,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같은 날의 매화, 지천으로 피우길 바랐으나

제 자태 함부로 뽐내지 아니하였다


은행나무는 가로수가 되길 원치 않았으나

시월의 가로수엔 완숙한 은행이 한창이렷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


기관지성 천식을 앓던 사내

숨이 가빠

마스크를 쉬이 쓰지 못하였고


자식 여럿 이고 살던 사내는

제 초가삼간 못가

객이 없어도 문을 닫지 못하였다


열시가 넘어 거리엔 사람이 많다

어디로 갈까, 여직 불 켜진 여관으로

혹은 독방으로

갈 곳 없어 헤매는 이 많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







코로나 시대

타인의 삶에 대한

생각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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