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선 Jan 31. 2022

[시:詩] 오 남매

오 남매


낡은 초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

오 남매 배곯던 날이 많았다


먼젓번 집 나간 아우 놈

잘 살고 있느냐고 답 없는 물음을 전하고

누이들 버리곤 괜찮더냐고 호통도 치었다


두 살배기 막내 옷소매 마를 날 없고

누이들 챙기던 손 또한 마를 날 없다


아홉 살 누이는 시집갈까 하고

나는 아니 될 말이다 잡아떼고

열셋 누이는 서울로 식모살이 갈까

꼬막손을 꼬깃꼬깃 거리곤 했다


식모살이하러 훌쩍 서울 간 날 있다

어린 누이도 언니 따라 서울로 갔다

고향 두곤 다들 서울로 서울로…


서울서 누이들 돈 봉투 보내온 적 있다

차마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였으니

어버이는 눈물 훔치다 밤을 새우셨다


타향살이 심정은 오죽할까,

누이들 하나둘 괜스레 마음에 걸리고

허연 달무리 밤하늘 수놓던 때


풀벌레 소리, 막내 울음소리 번지고

마당엔 옛 시절 개망초 하나 다 자라 꽃을 피웠다







명절, 남매 이야기 한 줄 적어봅니다.

지난밤 어디선가 흘러나온 노랫말 '(열셋) 누이는 식모살이하고~'

에서 착안하여 적은 시편입니다.


모두 평안한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詩] 눈사람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