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남매
낡은 초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
오 남매 배곯던 날이 많았다
먼젓번 집 나간 아우 놈
잘 살고 있느냐고 답 없는 물음을 전하고
누이들 버리곤 괜찮더냐고 호통도 치었다
두 살배기 막내 옷소매 마를 날 없고
누이들 챙기던 손 또한 마를 날 없다
아홉 살 누이는 시집갈까 하고
나는 아니 될 말이다 잡아떼고
열셋 누이는 서울로 식모살이 갈까
꼬막손을 꼬깃꼬깃 거리곤 했다
식모살이하러 훌쩍 서울 간 날 있다
어린 누이도 언니 따라 서울로 갔다
고향 두곤 다들 서울로 서울로…
서울서 누이들 돈 봉투 보내온 적 있다
차마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였으니
어버이는 눈물 훔치다 밤을 새우셨다
타향살이 심정은 오죽할까,
누이들 하나둘 괜스레 마음에 걸리고
허연 달무리 밤하늘 수놓던 때
풀벌레 소리, 막내 울음소리 번지고
마당엔 옛 시절 개망초 하나 다 자라 꽃을 피웠다
명절, 남매 이야기 한 줄 적어봅니다.
지난밤 어디선가 흘러나온 노랫말 '(열셋) 누이는 식모살이하고~'
에서 착안하여 적은 시편입니다.
모두 평안한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