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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May 05. 2023

[봄, 그리움 시] 봄비

봄비


봄비가 한창이다


처마 끝 망울진 말들은 하나 둘 낙화하고

무렵의 빗소리는 적막하다


연음(延音) 한 가닥 흘러오길 바랐다

수면(水面) 한 자리 읊어지길 바랐다


빗줄기에 애화(哀話) 한 줄 삼켜내다,

당신을 그렸다


걸터앉은 창턱이 마냥 높고

바짓단 아래 늘어진 빗방울은

툭툭 떨어지고


갓 피운 봄날의 꽃잎도 거리 어디쯤으로

툭툭

흩날리다, 떨어지고


봄비와 당신을 그려보다,

눈을 감았다


아름답고 애처로운 것이

퍽 닮았다


적막한 빗소리 잦아들고

낙화는 저만치 멀어져 갔다


당신은 애써 잠잠하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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