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가 한창이다
처마 끝 망울진 말들은 하나 둘 낙화하고
무렵의 빗소리는 적막하다
연음(延音) 한 가닥 흘러오길 바랐다
수면(水面) 한 자리 읊어지길 바랐다
빗줄기에 애화(哀話) 한 줄 삼켜내다,
당신을 그렸다
걸터앉은 창턱이 마냥 높고
바짓단 아래 늘어진 빗방울은
툭툭 떨어지고
갓 피운 봄날의 꽃잎도 거리 어디쯤으로
툭툭
흩날리다, 떨어지고
봄비와 당신을 그려보다,
눈을 감았다
아름답고 애처로운 것이
퍽 닮았다
적막한 빗소리 잦아들고
낙화는 저만치 멀어져 갔다
당신은 애써 잠잠하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수록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