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참 묘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 과거의 일들을 자연히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설령 어떤 사건이 나의 의지 혹은 계획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것일지라도, 이내 마음 어디쯤으로 삼켜낼 수 있다.
오늘을 사랑함으로, 지금 모습 그대로 자신을 사랑함으로 과거의 숱한 순간들과 오늘을, 그리고 이전의 무수한 나와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
끝내 사랑으로 극기된다.
며칠 전, 장기하님의 산문집 #상관없는거아닌가? 의 글 일부를 보았습니다. 과거의 고통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오히려 현재를 위한 무엇이 되었다는.
문득 생각 하나 떠올라 수면을 덮어 오늘까지도 잔잔히 울리곤 있습니다.
개인의 뜻과 의지, 계획이 여지없이도 무너지곤 하는, 해서 슬픔과 절망이 곳곳에 도사리는 이 삶을 그럼에도 살아내는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 생을 끝까지 붙잡아내는 것일까요 왜 놓아버리지 못할까요.
언젠가 모든 것을 '괜찮다' 말할 수 있는 믿음으로부터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수 있는, 덤덤히 품어내어, 마침내 찬란히 피워낼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 말입니다.
결국 행복해질 것이라는, 끝내 사랑할 것이라는, 이내 봉오리 만개하듯 터트려낼 것이라는, 믿음.
허니 과거의 무엇도 오늘 혹은 내일의 무엇도, 반겨 맞이할 것입니다. 숱한 피 흘림도 마침내 두터운 살결로 자라날 것을 알기에, 한껏 웃어볼 것입니다. 오늘을 오롯이 보내겠습니다. 다가올 행복과 사랑과 난만히 퍼질 우리의 꽃날을 위해.
*박지선님을 깊이 추모합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그리고 부디, 다른 누군가 두 발을 견고히 세워낼 수 있기를.
*나태주 시인님의 글을 빌려,
우리가 이토록 세상을 살아가는 건, 아주 오래,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고통의 세상을 그럼에도 버티며 나아가는 건, 오늘 또다시 사랑을 품어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입니다. 믿음도 걸음도 어느 날의 개화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