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D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아버지가 해군대령이었는데 지금은 해군호텔서 버스중앙차선 도로로 넘어오는 곳 옆이 아파트 단지지만 그때는 해군 본부가 있었고 해군이라 커다란 수영장이 80에서 1미터 1.5미터 2.5미터 통제탑에서 멀어질수록 수심이 깊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해군 딸답게 수영을 잘했다. 나와 그녀를 태운 보트를 2.5미터 수심에서 뒤집었다.
그녀는 바로 여유 있는 자유형 자세를 폼 내며 유영을 즐겼다.
나는 횡성군 주천강에서 멱감던 실력으로 잠수로 수심 낮은 방향만 잡고 계속 갔다.
낮은 곳에 와서 얼굴을 빼꼼 내미니 난리가 났다. 수심 깊은 곳을 대령 그녀 아버지와 안전요원이 수색을 하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아 아 수영장에 계신 분은 안전요원만 남고 전원 물 밖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한참을 수색하더니 다시 안내방송이 나왔다. 수영장에 D초등학교 6학년 함문평 어린이는 바로 통제탑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녀 아버지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시고 다시는 그런 장난 안 하겠다고 하셨다. 그녀는 나에게 횡성촌놈을 물개라고 불렀다.
그렇게 그녀와 친해지자 남산에 KBS시절 어린이 합창단 연습이 있는 나이면 그녀는 합창연습을 하고 나는 남산 주변에서 놀다 연습 끝날 때쯤 만나서 대방동으로 왔다.
그녀 생일날에도 초대되었다.
그렇게 지내다 연말이 되었는데 그녀 안색이 어두웠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녀 아버지가 대령에서 장군 진급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졸업식만 마치면 외국으로 이민을 갈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그녀 아버지 고향이 전라도라는 이유로 장군이 안 되어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식구 전체가 이민을 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 식구들 모두 캐나다로 이민을 간 이후는 연락 없이 지낸다.
세월이 흘러 내가 공군사관학교 ㅇ ㅇ기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아버지의 형 얼굴도 모르는 큰 아버지가 의용군이란 이유로 내가 최종합격에 탈락되자 눈물이 났다.
세월이 더 흘러 3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ROTC를 했고 장교 선발이라 학점 체력장으로 뽑고 신원조회가 있기는 했어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만 했지 큰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의용군인 것을 이유로 탈락시키지는 않았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가끔 술 한잔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할 때 나의 애창곡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첫사랑 현정이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로 개사를 해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