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년시절의 추억. 42

빨간색 책가방

by 함문평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 선물 책가방이 색상도 디자인도 다양하지만 1960년대 횡성 촌 초등학생은 보자기에게 책을 싸서 허리에 매거나 어깨에 비스듬히 메는 학생이 많았다.


아버지가 아들 일 학년 된다고 횡성 시장 가방, 옷 파는 집에 갔더니 검은색 가방은 다 팔렸고, 빨간색 가방만 딱 1개 남은 것은 것을 사 오셨다. 아버지는 이거 여자 가방을 나보고 어떻게 메고 다니라고 사 오셨냐고 했더니, 가방이 검은색은 다 팔리고 빨간색도 하나만 남은 거 아버지가 샀고, 뒤에 온 사람은 못쌌다고 했다.

첫날은 친구들이 빨강 가방이라고 놀렸지만, 어머니가 빨간색이 처음 며칠은 놀리고 창피하지만 가방을 멘 학생은 열명이고, 가방이 없어 채보를 메는 애들이 몇 배 많으니 그냥 메고 다니라고 했다.


하필 내 짝 여자애와 가방이 똑같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가방 그림이 화투의 2월 매주 그림이 새겨있었다. 친구들이 장난치느라고 우리 둘 가방을 마지막 교시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 종례 전에 바꾸어 놓은 것을 모르고 집에 와서 보니 가방이 바뀌었다.


숙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다. 요즘처럼 전화라도 있으면 같이 서로 공책에 숙제하자고 통화라도 하지, 그 시절 횡성군 강림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벽촌이었다.


나는 숙제를 했는데, 그녀는 안 했다. 결국 손바닥 열대를 맞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년시절의 추억.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