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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38

법꾸라지 또는 법비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30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때는 장손이 현역으로 복무 중이라 강원도 촌구석 횡성에서 전방 대광리 좁아터진 군인아파트에 오셨다. 하시는 말씀이 내 나이 팔십이 넘어 어제 죽을지 모르니 장손과 며느리 얼굴 한번 더 보고 죽으려고 오셨다. 지금은 천박한 김건희가 사주하고 귀 얇은 윤석열이 그 말 듣고 보신탕 식용금지법을 만들어 먹기 힘들지만, 그 시절 대광리역 옆 대광보신탕은 정말로 맛있는 보신탕을 하였다. 아내는 보신탕 대신 삼계탕으로 하고 할아버지와 장손은 전골 6인분을 시켰다. 아내는 많다고 다 드실 수 있겠어요? 하는 말에 우리 함 씨 손자와 살며 아직 함 씨 수준을 모르는구나? 함 씨는 술 한말 지고 가라 소 하면 못해도 마시고 가라면 마신다. 특히 안주가 보신탕이면 두 말 마신다고 하셨다.


전골에 막걸리 한 말을 마셨다. 할아버지는 이거 횡성 촌에서 며느리와 살게 아니라 대광리 와서 살까? 하셨다. 하지만 오시지는 않고 오늘 먹은 말 술과 보신탕 전골 덕분에 십 년은 더 사실 것 같구나 하셨다. 그러면서 살다 보면 사오십 년 후에 법비라고 할까 그때는 법꾸라지 말이 생기기 전이라, 간도특설대 놈들이 만주 독립군을 비적이라 했는데, 이 나라를 법비들이 날뛸 것이다. 그러나 애국가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인 것은 진인이 나타나고 국민들이 진인을 대통령으로 뽑는 날에 법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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