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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사운드

01. 프롤로그

by 함문평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 사건으로 한미간에 외교적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정보사령부 5급 군무원이 블랙요원 명단을 조선족에게 넘겨준 사건이 터졌다. 들리는 소문에 조선족이 북한 정찰총국에 매수된 간첩이었다.

정보사령부 5급 군무원은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말이 안 되는 것이 정보사령부 조직도를 사진으로 찍어 jpg파일로 만든 것이 함께 적발되었다. 결국 온라인상 해킹이 아니라 USB로 전달된 증거가 발견되었다. 원본 파일이 해킹당했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겠지만 그런 파일은 스스로 넘긴 것이 명확했다. 사이버수사팀 실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정보요원은 수미 테리처럼 로비스트야라고 명함을 오픈시킨 정보요원은 화이트 요원이라고 하고, 영화 <공작>의 모델 <흑금성>처럼 신분을 감추고 일하는 사람을 블랙요원이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면서 원수처럼 지낸 지 80년이 되었다. 요즘은 핵실험을 해도 하는구나? 반응이 무덤덤 하지만 과거 지하 핵실험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안 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은 총력을 기울여 핵실험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는데 상상 이상의 달러를 사용했다.


현재는 국가정보원의 정보력이 상당하게 축적되었지만 1990년대는 모사드가 핵 관련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다. 서울 주재 모사드 무바라크 칸은 1994년도 정보 보고에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발사 기술을 이전했고, 북한은 이 기술을 비밀리에 이란에 고가로 팔았다는 것을 한국정보기관에 흘렸다. 칸은 탈북자 중에서 핵 및 미사일 시설에 근무한 경험자들만 가려서 대림동 중국 식당 <양자강>에 초대했다. 술과 음식을 마음껏 먹게 하고 자기들이 경험했거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야기하도록 했다. 사전에 고성능 도청 장치를 하고 손님을 불렀다.


손님들이 떠나고 녹음테이프를 반복 청취하면서 정보보고서를 작성했다. 자유분방한 이야기라 그런지 별의 이야기가 다 쏟아졌다. 애인이 사귀다가 기쁨조로 잡혀갔다는 이도 있고 남조선에 와서 보니 탈북 정말 잘했다는 이야기, 핵을 만들어 놓고 지하 실험만 남았다는 이야기 등등 그 시기에 북한은 핵 및 미사일에 종사하는 인원이 10만 명이 넘었고, 고폭실험만 하지 않았을 뿐 핵 개발 완성 단계에 있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수령이 사망했다. 심근경색이 사망 원인이라고 발표했지만 왜 수령을 심근경색이 되게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조선중앙 TV 이춘희 아나운서가 비통함을 담아 수령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사망 이후 김정일이 처음으로 내세운 것은 <유훈 통치>였다.

수령의 유지를 이어받았다고 수령 김정일이라고 해도 되었으나 그는 국방위원장 직책으로 통치했다. 유훈 통치를 강조하더니 ‘강성대국’을 외쳤다. 하루아침에 강성대국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이 북한에 온갖 압제를 가하는 와중에 핵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표현만 말이 ‘강성대국’이었다.

강성대국, 국민소득이 높아진 상태라면 강성대국이 맞지만 인민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강성대국을 외쳤다.


인민들은 김일성 시대보다 더 살기가 나빠진 정도가 아니라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국경을 넘었다. 중국 농가에서 일을 해주면 노임은 적으나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농사일을 하든 장사를 하든 가족 중에 누구 한 명이 중국에 나와 있는 집과 모두 조선 땅에만 있는 집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그중 일부는 연변이나 선양에 나와 있는 정보사령부의 가장 명칭 ‘흑금성’, ‘행림상사’, ‘자금성’ 등의 하수인이 되기도 했다. 좀 오래전 이야기라 진부하게 여길 독자도 있겠지만 그 시대를 모르는 2030을 위해 작가의 역사적 사명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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