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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50

나의 조부

by 함문평

쇠 꼴이나 베면 딱 맞을 놈이 나라를 흔들 것이나 장손은 정신 차려라고 돌아가시기 전해에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그 일본 강점기에 먹을 것이 없었다고 하시면서도 키가 6척 장신이었다. 요즘이야 190이면 농구선수라도 하지 그 시절 큰 키는 아무 쓸모없는 송장길이만 길었다고 하셨다. 아버지도 180인데, 장손이 중학교 1학년 19번, 2학년 25번, 3학년 27번 뒷번호로 가긴 했어도 키가 큰 것은 아니다.

2학년 시절 각반 1번이 다섯 명이나 우리 반으로 와서 각 과목 선생님이 우리 반을 난쟁이 반이라고 불렀다.


그런 기골이 장대한 할아버지는 TV에 의사가 나와 담배 피우고, 술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고 말하면, 야 이놈아 나는 하루 담배 드

갑, 소준 반 사발을 매 끼니마다 먹는다고 하셨다. 정말 건강에는 자신 있는 분이었다.


할아버지는 사랑스러운 장손의 짝을 먖어주고자 정말 할아버지 눈으로 참한 색시감을 발견하셨다.


전방에서 중위는 일 년 365일을 366일처럼 근무하던 1987년 관보가 왔다.

요즘 아그들은 관보가 뭔지 모를 텐데, 전보는 돈만 내면 다 쳐주는 것이고, 행정관서에서 공적 승인권자인 읍, 면, 동장의 확인으로 위급함을 공적으로 증명한 전보가 관보다.


<조부 위독 급래요망> 이 8 자 관보가 다대 도착했다. 바로 5일 특별휴가증을 만들어함 중위 할아버지 위독하시니 빨리 고향집에 다녀오라며, 휴가증과 여비 5,000원을 주셨다. 오천 원 우습게 알면 안 된다. 1987년 오천 원은 큰돈이었다.


전방서 서울, 서울서 원주 고속, 원주서 하루 1회 들어가는 동신운수를 타고 고향에 갔다.

위독한 할아버지가 차부에 계셨다.


아니, 관보 받고 왔는데, 할아바지 차부에 나와 계시면 어떻게 해요?


야, 이놈아, 장손이 백수도 아니고, 니 아비, 삼촌 다 병장, 고무부 상사라고 거들먹거리는데, 장손이 중위면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도 무과에 급제해 처음 7급부터 시작했는데, 중위면 이순신 장군 초임보다 높은데 당장 결혼하고, 증손자를 안아봐야 이 할아비가 편히 잠들 것 아니냐? 하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날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횡성 3대 다방 중에서 가장 럭셔리한 ㅇㅇ다방에 갔다.

할아버지 80년 지기 산 하나 넘어 동네서 훈장 하는 분 따님이었다. 훈장은 그분은 30대부터 훈장을 했고, 할아버지는 20대는 만주서 아편으로 돈 벌어 김 구 선생과 88 여단 김성주에게 군자금을 차명으로 보내고 광복 이후에도 청일서 아편 팔다 남은 돈으로 한량으로 지내다 늦게 서당을 여셨다.


그래도 훈장 대 훈장으로 한시를 짓거나 술 대작이나 서로 무시 못할 실력이니 서로 예우하면서 함 훈장 장손과 ㅇ훈장 손녀 결혼시켜, 훈장 대 훈장 사돈하자고 한 것을 나만 모르고 두 어른과 그녀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할아버지가 이미 약속을 했으니 장손은 무조건 그녀와 결혼하거라라고 미리 한 마디만 했더라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만난 여자가 함 중위님은 저를 몰라도 저는 경희를 통해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했다. 강림초 5학년 마치고 6학년에 전학을 가서 포크대스 짝이 나는 전학 가서 77번인데, 여자반 77번 젖가슴에 내 얼굴이 묻혀, 엄마 생각에 울었고, 집에 오자마지 엄마 생각에 울었다는 편지 이야기를 했다.

촌놈이 서울 가서 77명 중에 40등 해서 시골 58명 중 1등 자존심 상해 잠을 못 잤다는 말까지 그녀가 했다.


완전 군대로 치면 2급 비밀 하나 분실이 아니라 비밀합동보관소 화재로 비밀 전소 수준이었다. 그러니 함 중위는 이 여자 게임 오버라고 생각했다. 남자 존심 상할대로 상했다.


그녀 단점을 찾으려고 그녀 얼굴을 보니 웃는 입에 치아가 덧니가 있고, 앞니 정 중앙 두 개가 색상이 틀렸다. 본 네가 아니고 이나고 인공치아를 발견했다.


그 사유로 거절했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낙이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지내다 크산티페와 결혼한다고 인사를 했다.

결혼을 당신이 고인이 되기 전에 해서 기쁘다만 훈장 손녀와 결혼 안 한 것을 내가 죽고 30년 후에 할 것이다. 그때는 장손 혼자 후회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라고 뽑은 놈이 주술로 나라 망치고, 다음 선거에 당신이 그렇게 미워하는 다카키 마사오를 등에 업고 출마할 놈이 있을 테니, 장손은 절대 그런 놈 찍으면 내 손자 아니라고 하셨다.


와~ 놀랍고 놀랍도다.

김문수가 다카키 마사오 생가와 옥천을 방문하고, 그 딸이 방문하는 것을 보고 나의 할아버지는 조선의 마지막 선비, 마지막 훈장, 마지막 기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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