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년 시절의 추억. 47

오른손 왼손 또 하나의 손

by 함문평

47년 만에 만난 은사님 말씀입니다.

1976년 서울시 고입연합고사를 봤다.

그해 겨울 엄청 추웠다. 한강이 얼었다고 뉴스에 보도되었다. 77년 2월 추운 날 졸업을 했고, 검정교복을 찢는 사람, 밀가루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각각 추첨에 따라 공동학군 명문고에 배정된 친구는 환호성을 지르고, 한강 이남 배정받은 친구들 대부분은 무덤덤한 학교생활을 했다.

학생시절과 사회 전쟁터에서 벌어먹고 사는 동안은 솔직히 중학동창은 찾을 일도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동창회라면 고교동창이 잘 모이고, 다음 대학동창이거나 직업학교 모임, 초등학교 모임이다. 가장 인기 없는 모임이 중학동창회다.


6월 13일 모임을 공지했더니, 친구 박종세가 2학년 5반 시절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했다. 곰곰 생각하니 다른 선생님이 서운해하실 것 같아서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다른 선생님 안부를 물었다. 모두 돌아가셨고, 일반 사회 선생님만 생존하신다고 했다. 선생님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드렸다.

팔십 넘으신 선생님은 건강하셨고, 목소리로 카랑카랑 그대로였다.

저희가 위아래 알아보는 마지막 세대 같다고 말씀드리고, 선생님도 장유유서 원칙에 따라 84세 선생님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우리가 두 손은 누구나 있다. 왼손, 오른손이 있는데 겸손을 하나 더 지니면 어디 가도 소중한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다음 5반 담임 선생님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저의 오른팔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중2시절 유리창 깨진 것을 선생님이 종이에 풀칠해서 살짝 붙였다. 장난을 치다가 교실문을 팍! 밀었는데, 종이로 붙인 유리창이 떨어지면서 팔복을 그었다. 반장이 부축해 양호실로 갔다. 앰뷸런스도 귀하던 시절 양호선생이 교장님께 보고해, 교장 선생님차로 나를 대방시장 입구 평강의원으로 데려갔다. 세월이 47년 흘렀는데 선생님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회상의 말씀을 하셨다.

중2때 유리창에 베인 흉터
5반 담임선생님과 박종세 친구

일반사회 선생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년 시절의 추억.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