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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추억. 54

명문을 쓰고 싶은 분에게

by 함문평

저는 가끔 중고등학교 시절 은사님 일화를 여기저기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군인 장교가 된 것은 1학년 담임 선생님 때문입니다.

입학하고 한 달 후 예방접종을 했는데, 그날이 청소당번이었습니다.

주사약이 독한 것인지 과다 투약인지 알 수는 없지만 8명 중 7명이 도망가고 저 혼자 청소했습니다.

청소 검사받을 시간이 지나도 안 오니 선생님이 교실로 왔다. 8명이 청소하면 2인 1조가 되어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고 둘이 뒤로 이동하고 비로 쓸고, 걸레로 닦았을 것이다.

혼자 그렇게 할 수 없어 궁리를 했다.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고 비를 들고 아래로 빠져 다니며 쓸었다. 다음 걸레질을 했다. 검사받을 시간이 지나도 학생이 안 오니 성질 급한 선생님이 교실로 왔다. 혼자 책상 아래를 다람쥐처럼 넘어 다니면서 걸레질하는 나를 끌어냈다. 이 바보야, 애들 가면 너도 가지 혼자 남아 뭐 하는 짓이냐고 야단을 치셨다. 그러더니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우셨다. 아마도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군인이 환생한 모양이라고 하셨다.

시골 학교 5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했다. 특별활동 시간에 문예반을 했다. 지도 선생님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손들어하셨다. 30여 명 중에 10명은 손들고 20명은 손을 안 들었다. 선생님 말씀이 손 든 사람은 지금부터 원고지에 뭐든 쓰고, 손 안 든 사람은 양팔을 하늘로 들게 했다. 다음 시간부터는 말이 필요 없었다. 무조건 썼다. 지금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지만 살아계신 동안 설날 세배 가면 선후배 문예반 동문에게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쓰고, 한 달 후 석 달 후 일 년 후 퇴고하는 것이 명문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가르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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