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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추억. 53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by 함문평

학생시절 공부는 우등상 탈 때도 있었고 벗어날 때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아버지 회갑이었다.


평일이지만 장손이라 술 한잔 올려야 한다고 결석을 했다.

요즘이야 자율 참관학습, 여행. 봉사 등 명확한 사유만 있으면 공결처리해 주지만 나의 초등 4학년 강원도 하고도 횡성군하고도 안흥면 하고도 강림출장소가 있는 강림초등학교는 어림없는 소리였다.

못살던 시절 할아버지는 왕년에 아편을 팔아 잉여금으로 김구 선생과 88여 단장 김일성에게 군자금을 보냈다.

도둑처럼 찾아온 8.15 광복으로 만주에서 아편 외상값을 받아 금으로 도시락 크기로 여러 개 만들어 귀국했다.

여러 개의 도시락을 할아버지가 필요할 만큼 장독대에서 꺼내 소도 사고 논밭도 샀다.

할아버지 회갑에 돼지 두 마리를 잡아 동네잔치를 했다.


5학년 담임이 춘천교대 졸업하고 처음 부임한 분이 가정방문을 왔다. 가정방문에 할아버지, 아버지 면담을 하고 하신 말씀이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하는 장손 여기서 공부시키면 중학교도 없어 안흥에 내보내야 하고, 고등학교는 원주나 횡성으로 보내야 할 텐데, 교육적으로 편법이지만 서울로 위장전학을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장독대에서 벤또로 위장된 금덩어리를 팔아 서울로 위장전학을 했다.


6학년에 올라온 첫 월요일에 정든 친구와 작별인사하고 서울 영등포구 D초등학교에 전학 왔다.


시골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개 반인데, 여기는 6학년 8반까지 남자반 9반부터 15반은 여자반이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교실이 부족해 2부제 수업을 했다. 중학교는 추첨으로 초등학교 큰길 건너 S 중으로 배정되었다.


나는 중1, 아버지는 40대 할아버지는 65세였다. 그때 무슨 일인지 모르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언쟁하면서 할아버지가 너도 내 나이 되어보면 안다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65세고 내가 30대 시절 아버지는 논리가 딸리면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하셨다.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내 나이 65세가 되었다. 아들은 아직 총각이다. 한 번도 아들과 언쟁이 없었는데, 오늘은 아들이 언쟁을 벌여 너도 내 나이 되어 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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