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
오랜만에 할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할아버지 산소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유동리 버들골 작은 도서관 뒷산에 있어 서울에 사는 저는 추석, 한식, 기일에만 찾아뵙습니다.
정말 할아버지는 동네 다른 어른과는 생각과 행동이 다른 분이었습니다.
늘 하시는 말씀이 내가 서당 공부 10년 말고, 신식학문 배운 것이 없어서 한이다라고 하시다 95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오직 장손에게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셔 두 여동생과 두 남동생은 지금도 추석에 모이면 우리 집에 사람의 자식은 오빠(형) 하나고, 나머지 4명은 사람도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장손에게는 횡성한우를 중1부터 고3과 재수, 삼수까지 매년 3마리 팔아 조달했고, 4수를 하라고 소 4마리 팔아 농협통장과 도장을 저에게 주셨죠.
전두환이 집권하면서 징집 나이를 줄여 그해 대학생이 못되면 이맘때 논산훈련소 입소 대상이었다.
할아버지는 미아리 만신이 많은 동네 가장 높은 곳에서 2시간 동안 관찰했다. 가장 많이 상담가는 만신집으로 장손을 데리고 갔다. 올해 대학생이 못되면 논산훈련소 간다.
장손이 100% 합격할 학교와 학과를 점지해 달라고 하셨어요.
TV에 서장훈과 이수근이 오방기를 흔들고 뽑아 점괘를 말하듯 그 만신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3백 리 이상 떨어지고, 수업시간에 한자를 많이 알아야 공부가 되는 학과를 가라고 했다.
명색이 학교 수학 선생님이 수제자라고 부르고, 공통수학 이길동 수학 2 정석은 황승기 시절에 황승기 수업을 듣고, 팬서비스 아인슈타인의 에너지는 운동랑과 질량의 제곱을 곱한 것이라는 것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들은 날은 정말 뿌듯하고, 나도 물리학과에 가면 우리나라 원자탄 개발에 한축을 담당하겠다고 했는데, 만신이 한자를 많이 쓰는 학과 역사교육과와 국어교육과 두 장 원서를 작성하고 마감일에 경쟁률이 적은 국어교육과에 제출했다.
웬걸 마감 전일 경쟁률 낮다는 소문에 전국서 삼수생이 몰려와 국어교육과 경쟁률이 치솟았다. 정말 입학 후에 보니 가관이었다. 나는 그냥 3 수만 했는데, 입학하고 보니 축구선수 최순호와 라이벌 수준 실력인데 고3 때 발목이 부러져 축구를 접은 사람, 1980년 대학생인데, 5.17 전국계엄 반대하다 군법회의 갔다가 제적되고 재수 실패 3 수로 입학한 사람, 서울공고 졸업하고 방위산업체 5년 근무하면 병역필인데 4년 차에 사장과 상무 갑질에 때려치우고 군대입대 전역하고 시험공부해 들어온 사람 등 다양했다.
솔직히 3수 이상 N수생 모임 술자리에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 미안했다.
재산이 한우 99마리 할아버지 장손이라 세상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내 죽고 30년 후 나라가 주술에 빠져 혼란스럽게 되지만 종국에는 주술이 처단되고, 술에 찌든 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후는 나라가 정상이 될 거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