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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64

할아버지와 아들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30년 전 12.12에 돌아가셨다. 늘 전방 철책선 관사에 오셔서 제가 딸 하나인 생태에서 크산티페에게 꼭 아들을 낳으라고 하셨다.

대답은 예 했지만 할아버지가 도라가시고 나면 폭탄을 맞았다. 누구는 아들 낳기 싫어 딸 낳은 줄 알아? 과학시간에 배웠지?

태아 남자 여자 결정이 난자 책임이야 정자 책임이야?

말해 봐?

정답은 정자지만 크산티페 반응을 보느라고 난자일걸? 했다.

이과반 출신 맞아? 했다.

관보가 왔다.

조부 위독 급래요망.

철책부대라 사망 아니라고 휴가를 허락 안 했다.

다음날 다시 관보가 왔다.

조부사망 급래요망.

그렇게 할아버지를 선산에 12월 15일 묻고, 크산티페는 서울성애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아들이 일주일만 먼저 태어나거나 할아버지가 일주일만 더 사셨더라면?

그때는 정말 인생무상을 느꼈다.

아들이 30이 되었다. 공자님이 제사는 4대면 족하다고 하신 말씀을 곰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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