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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65

오선위기

by 함문평

작가는 3남 2녀 중 장남이다. 기막힌 일은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났다.

어머니 태몽에 구렁이가 크고 튼실한 구정이 와 좀 비실 비실한 구렁이 두 마리가 어머니 주위를 빙빙 돌았다.


걸음아 나 살려 도망쳤다. 벽을 만나 돌아 나오는데, 큰 구렁이는 피했는데, 작은 구렁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물려 악! 하고 깨 고 보니 꿈이었다.


쌍둥이 아들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외가에 득남했다고 편지를 썼다. 얻을 득, 사내 남을 쓰고, 작은 글씨로 남을 또 써서 보냈다.


외할아버지도 한학에 조예가 깊고, 외할머니는 그 시절 여자가 일본 유학을 다녀온 분이라 편지를 읽다 사내 남이 겹친 것을 보고 이거 쌍둥이 아들이 태어났구먼 하시면서 아기 옷 두 벌과 미역을 한지게 지고 오셨다고 한다.

하지만 첫돌이 지나고 좀 있다가 홍역이 왔다. 튼실한 형은 사망했고, 비실비실한 내가 살아 남았다.


할아버지는 한글이 앞으로 대세겠지만 한자를 알아야 진정 조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천자문, 동문선습, 소학, 논어, 대학, 맹자, 중용을 가르치셨다. 이후는 장손이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중용을 가르 채고, 하신 말씀이 이 조선 땅은 오선위기의 나라라고 하셨다. 두 신선은 흑백 바둑을 두고, 두 신선은 훈수를 두고, 한 신선이 심판을 본다고 하셨다.


학생시절은 모르고 할아버지 말씀으로 알았으나 대학생이 되어 도서관 책을 다 읽고 졸업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닥치는 대로 읽은 책 중 하나가 증산교 책이었다.


거기에 오선위기가 나왔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장손에게 증산교를 종교로 강요하지는 안았어도 스스로 공부하라고 하신 뜻을 대학생이 되어서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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