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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67

개에 진심인 연놈

by 함문평

작가가 현역시절 이야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 6.25에 전방 열쇠부대를 방문한다고 사단정보참모와 전방 좌우측 연대 정보과장이 은밀한 회의를 했다.

사전 경호팀이 대통령님의 동선을 짜주면 우리는 그 선상에 안전위해요소를 같은 군인이라도 알지 못하게 비밀을 지키면서 일했다. 그러니 장손이 보고 싶은 할아버지가 휴가 좀 내서 횡성에 다녀가라는 편지를 받았다.

할아버지 제가 내년 6월 25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부대를 방문할 예정이라 그 행사 끝나기 전에는 휴가를 가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할아버지 답장이 왔다. 장손이 휴가 못 오면 할아버지가 전방에 오신다고 했다. 맛 좋은 보신탕집이나 알아놓거라 답장이 왔다. 전역 후에 대광리를 한 번도 안 가서 모르는데, 대광리 역 바로 옆 대광보신탕이 정말 양심껏 잘하는 집이라 예약 없이 가면 보통 한 시간을 기다렸다. 할아버지를 기다리게 할 수없어 미리 냄비를 가지고 가서 보신탕 5인분을 끓이기만 하면 되게 사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할아버지가 전방 관사에 오시자마자 보신탕과 막걸리를 내왔다.

할아버지 말씀이 30년 후에는 이 좋은 보신탕도 못 먹게 될 거라고 하셨다. 애완용 개와 조선의 황구는 엄연하게 종자가 다르거늘 무식한 연놈이 나라를 휘저어 개를 상전으로 모시고 보신탕을 법으로 금하는 날이 올 것이니, 미리 많이 먹어두라고 하셨다.

그때는 할아버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했는데, 30년 후 김건희가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강아지를 호텔방에 묵는 시설을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에 지시를 해서 프랑스정부가 기겁을 했다. 요즘은 보신탕집이 죄다 흑염소집으로 바뀌는 중이다. 정말 애완견과 황구 구분도 못하는 연놈이 나라를 망쳤다.

3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3남2녀 형제자매 중에 장손을 끔찍하게 사랑하셔서, 지금도 명절에 두 여동생, 두 남 동생에게 우리집에서 사람 대접받은 사람은 장손이 유일하다고 지탄받는다.

프랑스에 개 전담 공무원 호텔에 개집까지 꾸렸는데. 정작 갈 때는 개를 안 데리고 갔다. 만약 개를 데려갔으면 BBC, CNN 특종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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