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명함에 아빠 군번이

by 함문평

딸의 명함에 내 군번이

오늘 딸이 이직한 회사에서 명함이 나왔다고 한 장 주었다. 청색 바탕에 깔끔해서 좋았다.


앞면 뒷면을 세심하게 보다 웃음이 나왔다. 딸이 회사서 업무에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에 내 군번을 넣은 것이다.


군번이 86-03727이다.

현재는 장교들 군번이 모두 임관 연도가 앞에 붙지만 1986년은 육사는 5자리 짧은 군번 3사 갑종간부 후보생들은 앞에 아라비아 숫자 하나를 고유로 부여했다.


군번은 임관성적순으로 부여했다. 3727이면 거의 꼴찌에 가까운 군번인데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군번 나보다 빠른 번호 받아놓고 임관 못한 동기들이 수두룩하다.


군번은 대학 4학년 학점이 부여될 때 결정된다. 군번을 성적순으로 만들어 놓고 임관 신체검사에 장교로 임용할 수 없는 간질이나 과도한 성병 폐결핵 등에 걸린 상태면 군번이 부여된 상태서 탈락이고 그 번호는 결번 군번이 된다.


다른 하나는 훈련을 고생고생하며 다 받고도 대학 졸업에 필요한 전공 필수 과목을 저학년 때 F 받은 것을 졸업 전까지 재수강을 못하였거나 재수강을 해도 F를 받는 경우는 역시 임관이 못되고 하사로 가야 했다.


실제로 나의 학교 선배 한 명이 전공 필수 2학점을 1학년 때 F 받은 것을 졸업 하루 전까지도 재수강도 안 했고 자기는 F인 줄 몰랐다는 황당한 경우를 목격했다.


그 선배를 구제하려고 선배기수 전체가 교수님을 찾아가 공손하게 빌었다. C라도 부여해서 훈련 다 받았는데 임관하게 해 주시라고 애걸을 했지만 그 노교수님 말씀이 일반 학생이면 해줄 수도 있는데 내일 전쟁이 터지면 소대원 30명의 생사를 책임질 장교라서 해줄 수 없다. 그런 2학점도 책임 못지는 사람은 전시에 위험에 처하면 30명 소대원과 자기 생명을 구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 병역 미필자가 득실거리는 나라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하면 방위도 안 한 인간이 절반이 넘는 나라지만 소위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끝내 가부 해서 그 선배는 증평 사단에 하사로 입대했다.


ROTC는 몇 천 명이 임관하니 앞에 임관 연도를 붙였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학군단 강의실에서 훈육관이 군번을 나누어주었다.


인식표라고도 부르는데 2개를 목줄을 해서 목에 24시간 걸고 지내라고 했다.


3727보는 순간 다음은 17이야 했는데 정말 17사단이 소위 첫 보직이 되었다. 우리 기수에 장교 초임 배치에 압력을 행사하는 장군들이 많다는 소문이 육군참모총장 귀에 들어갔다. 처음 발표에는 백골 3사단이었는데 잘못된 명령지라고 재발표에 17사단이었다.


17사단을 우리들은 환상의 17사라고 불렀다. 이유는 전투사단이면서 전철을 타고 서울에 들어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의무복무하면서 서울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그뿐 아니라 딸이 17일에 태어났다.


한동안 은행서 비번 바꾸세요 하기 전까지는 모든 통장 비번 출입문 비번 핸드폰 네 자리도 3727이었다.


세상에 딸 회사 메일명도 3727이라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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