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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과 사금

by 함문평

공금과 사금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는 12월이면 30년이 되는데 할아버지가 시골에서 구장 겸 계모임의 총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전임 총무에게 장부를 인계받았는데 할아버지 생각에 뭔가 맞지 아니한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보니 공금과 사금을 구분도 못하는 자라고 하시면서 혼자 소주 대병을 반이나 마셨위요.


다음날 전임자에게 장부상 공사구분이 없이 썼는데 이거 장부인수 못하겠다고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 일로 할아버지는 전임자와 원수처럼 지냈는데 할아버지 말씀이 이 함재석과 다툰 놈은 길거리 1,000 명에게 물어보면 천 명이 모두 내 말이 맞다고 할 거라고 자신하셨어요.


세월이 지나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처음 동창회를 나갔더니 여기 참석한 사람 전부 총무를 한 번씩 했는데 함문평 너만 군대생활하느라 처음 나왔으니 총무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겠다고 했죠. 문제는 장부와 현금이 일치도 안 하고 공금과 사금의 개념 없이 쓴 것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문득 수십 년 전 할아버지 언행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이 상태로 받을 수 없다고 말하고 공금과 사금을 구분해 금전출납부를 다시 만들어 인수받았습니다.


전임자와 원수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어록처럼 천하에 함문평과 다툰 인간은 길거리 1,000 명에게 물어봐라. 누구 말이 맞는가를~~ 배짱으로 지냈어요.


그 원수처럼 지낸 전임자는 몇 년 전에 고인이 되었고 아직도 후임자 총무가 없어 6년 차 하고 있는데 송년회에서 식사 마치고 2차 단란주점 가자는 동창에게 갈 사람만 가라. 공금에서 단란주점이나 도우미 있는 노래방 지원금은 500원도 없다는 것이 나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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