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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4

by 함문평

2월의 샛강은 아직 버들강아지 물이 오르기 전이라 나무들이 고사목처럼 앙상했다.


날아가는 새들이 키스하는 둘에게 끼르륵 끼르륵 머리 위에서 놀리듯 울었다. 저놈의 새 끼르륵 까르륵 이 왜 얼레리 꼴레리로 들리지? 그 말에 은경이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다시 선우도 해 목에 매달리며 보고 싶었어 하면서 키스를 했다.


시계를 봤다. 선생님 기다리시겠다. 가자?

그래. 가는 건 가는데 다음에 서울올 때는 너 혼자 와. 선생님 빼고?

응. 오늘은 서울 지리 모르는 촌뜨기가 서울 처음 와서 선생님께 한 달 전에 부탁드렸어. 여기 여의도와 대방전철역은 혼자 올 수 있다.


주머니 속에서 은경이 뭔가 꺼냈다. 김포여중 2학년 수학여행지 불국사에서 찍은 흑백사진이었다. 다보탑을 배경으로 검은색 교복에 하얀 칼라가 눈부셨고 칼라보다 은경의 웃는 모습이 더 빛이 났다.


사진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고 대방지하차도를 걸었다. 퇴근 시간이라 지하차도에 걸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키스는 못하고 선생님이 계시는 곳까지 걸어왔다.


선생님은 재미있게 여의도 구경 잘했냐는 말에 거짓말로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을 멀리서 봤다고 했다. 사실은 갈대숲에 숨어서 키스만 했지만 앙큼한 거짓말을 박은경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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