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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16

by 함문평

자취집에 오니 난리가 났다. 집주인 부인이 물었다.

아가씨 만나본 소감이 어때요?

착한 거 같았어요.

이 반지 뭐예요?

속초서 식사를 마치고 금은방에서 바로 해주었습니다.

아니, 여자가 얼마나 다급하면 남자 만난 그날 반지를 채워 꼼짝 못 하게 하는 건 반대로 해석하면 여자가 흠결 있는 것이 분명해요. 시집갔다가 실패했거나 뭔가 약점 있는 여자니 남자 보자마자 엮은 거예요. 선우 대위 위해 하는 말인데 다음 주 여자랑 부모 오면 우리 집에 데리고 와요. 하루 묵으면서 확인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주인댁으로 독고진석 내외와 독고선미를 인사시켰다.

부엌에서는 주인아주머니와 박춘자 여사가 식사를 준비하고, 거실에서는 이선훈과 독고진석이 바둑을 두고, 독고선미는 양쪽을 오가면서 상차림을 했다. 선우도 해는 면세 소주와 맥주 한 박스를 가져왔다.

밥상에 모여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우 대위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서울에도 널린 것이 남자인데 뭐 하러 이 촌구석 대위에게 만나자마자 반지를 수갑 채우듯 끼워주냐? 이건 여자가 흠결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나?

우리 딸 그런 애 아닙니다.

정말 이렇게 만나보니 천생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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